잔상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며 놓치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회화, 음악, 테크놀로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작업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모습과 목표를 가지고 여러 나라에서 살아가는 지인들을 만나며,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은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와 같은 질문을 성찰할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삶은 끊임없이 우리를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잔상'은 바쁜 일상과 빡빡한 일정, 경쟁 사회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그 조각들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진정 소중한 가치를 되돌아볼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이 프로젝트에서 '잔상'은 여러 가지 의미로 창의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관점이 바뀌면서 새롭게 정립된 생각일 수도 있고, 특정 개념이나 대화 직후 머릿속을 사로잡은 생각일 수도 있다. 혹은 이런저런 다양한 사유를 거친 후 도달하게 된 자신의 상태나 존재 방식 그 자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의미가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이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 생각을 나누며 새로운 관점을 얻는 대화가 이어지고, 생각을 충분히 다듬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각자가 지향하는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예술은 속도는 느리지만 내면적으로는 치열한 도전이 따르고, 차분하면서도 단호하며, 가치 있는 만큼 인내를 요하는 길을 걷는 아름다움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말을 건네고자 한다.
'자유의 잔상'은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장이며, 이후 보에티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장자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한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작년 12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으며 머릿속에 흐릿하게 떠오르던 물음들은 더욱 짙어졌다. 1859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개성과 자유, 다양한 환경의 필요성, 개인의 성장, 다수의 폭정에 대한 경계 등 밀이 이야기한 많은 내용이 내면에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오늘날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 문장들은 살아온 사회, 살아온 환경, 그 안에서 굳어진 생각들을 주먹 쥔 손으로 여기저기 마구 두드리는 것 같았다.


왼쪽
지배적인 여론의 폭정은 개성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70 x 50 cm · 캔버스에 오일과 오일스틱 · 2026
오른쪽
이러한 너무나 괴물 같은 하나의 원칙을 세우는 것은 개별적으로 자유를 침해하는 일보다 훨씬 더 위험하며,
그 원칙 아래에서는 그 어떤 자유의 침해도 정당화될 수 있다.
70 x 50 cm · 캔버스에 오일, 오일스틱과 아크릴 · 2026
책의 구절이 불러일으킨 감정적 동요는 추상적인 그림과 음악 창작의 형태로 표출되었다. '자유의 잔상'의 각 회화 작품은 『자유론』의 특정 구절을 읽으며 느낀 감정을 담고 있으며, 작품 제목 역시 해당 구절 속 밀의 문장이나 메시지에서 가져왔다. 작품 옆에는 영감을 준 구절을 함께 전시하여, 관람객은 작품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고 구절과 그림 사이에서 저마다의 사유를 이어 가게 된다.
『자유론』을 계기로 예술과 철학이 처음 만나게 되었다. 철학적 메시지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이제 단순히 작품의 영감이나 소재를 찾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는 작가의 삶을 이루는 중요한 토대가 되어 가고 있다.


왼쪽
여론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에 대한 제3자의 의견일 뿐이다.
70 x 50 cm · 캔버스에 오일, 오일스틱과 아크릴 · 2026
오른쪽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하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사람을 하나의 틀에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70 x 60 cm · 캔버스에 오일스틱과 아크릴 · 2026


왼쪽
인간의 본성은 어떤 정해진 모형을 따라 만들어지는 기계가 아니라,
사방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발전시켜 나가게 되어 있는 나무이다.
60 x 70 cm · 캔버스에 오일, 오일스틱과 아크릴 · 2026
오른쪽
사람의 판단은 비판과 온갖 다양한 의견에 열려 있을 때에만 신뢰받을 수 있다.
70 x 100 cm · 캔버스에 오일과 아크릴 · 2026
각 스케치는 존 스튜어트 밀 저서 『자유론』(1859)에 나오는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다.

"개개인의 개성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전통이나 관습이 행위 규범으로 작용하는 곳에서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임과 동시에,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라지게 된다."

"오직 자신과만 관련된 일들에서조차도, 내가 무엇을 더 선호하고, 나의 개성과 성향에 맞는 것이 무엇이며, 나의 능력을 최고로 발전시키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인지를 자기 자신에게 묻지 않는다. 그런 것들 대신에, 그들은 나의 위치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이고, 나와 같은 지위와 경제적 수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상적으로하는 것이 무엇이며, 나보다 더 나은 지위와 경제적 수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를 묻는다. (...)"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선과 악을 분별하는 것을 돕고 선을 선택하고 악을 피하도록 서로를 격려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 하지만 어느 누구도, 아니 아무리 많은 사람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기에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려고 하는데,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 (...)"

"인간은 토론과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 단지 경험만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반드시 토론이 있어야 한다. 토론은 경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틀린 의견들과 실천들은 사실과 근거에 의해 점차 밀려난다. 하지만 사실들과 근거들이 인간의 지성에 어떤 효과를 미치기 위해서는 지성 앞에 호출되어야 한다. 사실들이 자신의 의미를 스스로 말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